가정의 달이라며 호들갑떨며 맞이한 5월이
아침저녁으로 불던 시원한 바람도 찾아볼 수 없이
한여름을 방불케 할만큼 더워졌습니다.
손님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날씨인 봄은
어느새 지나가고, 이제 또 하루종일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하는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추위보다는 더운 게 그나마 버틸 만 하다 하지만
해마다 열사병으로 쓰러지거나 목숨을 잃는 손님들이 계십니다.
푹푹 찌는 날씨와 뜨거운 배기가스 사이로
끼니를 위해 오로지 걸어서 수십km를 이동하는 손님들에게는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여름의 태양도 무서운 존재입니다.
게다가 밥집에서 컵밥을 두개씩 받아서
다음날 끼니를 해결하던 겨울의 기억은 먼 일이 됩니다.
여름엔 두개를 받아 놔도 다음날 아침이면
이미 쉬어서 먹기힘든 밥이 되기 때문이죠.
밥집은 그런 손님들을 위해 밥과 함께
여름에도 상하지 않는 간식들을 준비해서 가져 나갑니다.
겨울엔 두개도 드리고 남으면 세개도 드렸지만
뜨거운 여름에는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밥을 두개 세개씩 드릴 수 없어서
간단한 간식과 허기를 달랠 사탕, 씹을거리를 챙깁니다.
손님들께 드릴 간식거리를 따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밥집의 사정에 꾸러미를 크게 만들 수 없어서
저희도 봉사자들도 안타까워 합니다.
밥집의 든든한 동역자 이미선 약사님과
동료 약사분들이 손님께 나누어 드리라고 쌍화탕과 파스를 보내주셨습니다.
손님들은 먹을 것도 좋아 하시지만
그 이상으로 파스를 좋아하십니다.
끝없는 걸음으로 지치고 힘든 다리와
삶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담은 가방으로 배긴 어깨에
파스만큼 좋은 물건은 없겠지요...
고마운 분들이 보내준 귀한 후원 덕분에
고달픈 손님들 다리와 어깨는 한동안 훨씬 편히 쉴 수 있을겁니다.
항상 배식이 끝나고 나면
장소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고
쓰레기를 줍고 들어가는 바하밥집입니다.
손님들께 맛난 식사를 드리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지역의 이웃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일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저희와 저희의 손님들이 좋은 인상을 남기는 일이
손님들을 향한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이
무뎌지는 계기가 되어 주리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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