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완전히 풀리고, 꽃과 함께 봄이 찾아왔습니다.
배식시간이 되어도 훤히 밝은 밥집의 배식 장소.
뒷편으로 흐르는 성북천에도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났습니다.
살을 에이는 추위에 덜덜 떨며 손님들을 기다리던 겨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물러가고, 꽃들이 피는 봄이라니.
거짓말 같기만 합니다.
밥을 들고 돌아가는 손님의 뒷모습과
새하얗게 핀 꽃의 대조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꽃은, 잠시 피었다 지고 말지만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것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경험과 시간은 오히려 뭉쳐서 우리 안에 쌓이고,
그렇게 쌓인 경험과 시간에는 감정이 됩니다.
밥집에 오시는 손님들, 적게는 3-40년 정도
많게는 90이 가까운 시간을 쌓아 밥집을 찾게 된 손님들의 안에
어떤 시간과 경험과 감정이 켜켜히 쌓여 있을까요.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든 날에 꺼내볼 만한 좋았던 날들의 시간은
손님들께 얼마나 있을까요.
손님의 뒷모습에 혼자서 말을 걸어 봅니다.
새 봄에도 잊지않고 밥집을 찾아주는
후원자님, 봉사자님들이 계십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봄이 함께하시는 삶이 되길,
좋았던 날들의 기억으로 충만한 사람들이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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