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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스탭이야기 #2_돌아온 탕아_박기남 실장


(박기남 실장은 2010년도에 김현일 대표와 바하밥집을 세우고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3년 반 함께 일하다 사직한 이후, 4년간 용인과 양평에서 삶을 꾸리다가 김대표의 제안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탕아

박기남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실장

성서에 ‘돌아온 탕아’ 라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옛 유대인들은 장남에게 다른 아들들보다 2배의 유산을 상속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차남은, 아버지가 사망하지도 않았는데 유산을 땡겨(?) 받아 흥청망청 놀다가 탕진하고, 노숙하며 구걸하다 결국 집으로 돌아옵니다. 깊이 뉘우친 건지 아버지의 착한 성품을 이용하려 머리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노예라도 하겠으니 같이만 살게 해달라며 울자 아버지는 오히려 성대한 잔치를 열었습니다.

때마침 집에 도착한 장남은 짠돌이 같은 아버지가 잔치를 열자 열이 확 받아 항의했지만, 지혜로운 아버지는 유산은 걱정말고 파티나 하자며 이 에피소드는 끝을 맺습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하느님의 성품을 비유로 말한 픽션 시리즈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동생의 생사보다 유산을 걱정한 옹졸한 장남이 동생을 가만 놔두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뜬금없이! 성서의 에피소드는 끌어다 썼을까요?

이유는 한동안 바하밥집 스탭들이 저를 ‘돌아온 탕자' 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탕자나 탕아나 같은 뜻이지만, ‘탕아'가 마음에 들어서 글에는 ‘탕아' 라고 썼습니다.)

저는 김현일 대표와 바하밥집을 창립한 창립 멤버입니다. 김현일 대표는 직장 주변에 있는 노숙인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어 나들목 교회 신도들과 함께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청년 한 명과 컵라면 5개를 들고 나갔던 것이 점점 식사 인원이 늘고 돕는 사람들도 늘면서 체계적으로 돕고자 비영리단체를 세우기로 마음 먹고, 주변 사람들을 포섭하기 시작했습니다. 선교단체 간사로 일하며 다음 스텝을 궁리하던 제가 마수에 넘어가 합류를 했습니다.

3년 반을 함께 일하고 나서 다음 스텝을 고민하다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사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했던 교회 소그룹에 문제가 터져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교회와 직장이 연결되어 있어서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사직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교회 공동체와 직장과 신혼집이 있던 이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습니다.

성서의 탕아처럼 유산이라도 있어서 떠난 다음 흥청망청 놀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용인으로, 용인에서 양평으로 지역을 옮겨가며 2번 이사했고, 직업과 직장을 6번 바꾸는 버라이어티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도 하고, 목조주택 빌더(목수)도 잠깐 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마트의 수산 코너에서도 잠깐 일하고, 목조주택 현장 관리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좌상 : 스타트업 근무 시절 / 좌하 : 건축회사 근무 시절 / 우측 : 제주 마트 근무 시절)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기억과 달리 아내는 제가 방황했다고 기억하더군요. 방황은 탕아의 상징인데, 아마도 돌아온 탕아라는 타이틀을 얻고자 그렇게 살았나 싶습니다. 마지막 직장이었던 건축회사에서 급여라도 엄청나게 받았다면 마음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후에 어떤 계기를 통해 김현일 대표와 연락이 닿았고, 바하밥집으로 돌아오라는 제안을 받고 1년간 고민했습니다. 마침 결혼 7년만에 아내가 임신해 출산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고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돌아온 탕아가 됐습니다. 돌아왔지만 에피소드처럼 성대한 잔치는 없더군요. 그래도 반갑게 맞이해주고 적응하는데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돌아온지 40일 정도 지났습니다. 4년간 많이 달라진 바하밥집에 적응하고, 지역/생활 공동체에도 적응하고, 특별히 서울 살이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글 쓸만한 재료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컴백 내용을 짧게나마 다뤘습니다.


(4월 초, 김현일 대표와 바하밥집 급식 현장에서)

바하밥집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파트를 맡아 온라인과 오프라인 미디어 홍보를 담당할 예정입니다. 창립할 때는 31살이었는데, 곧 40대에 진입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밥집 스탭 이야기’를 제안해 스탭들이 부담감을 안고 있는데, 제 글 쓰는 것이 제일 어렵네요.

바하밥집에 관심 갖고 계신 모든 분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급식 현장에서 만나면 돌아온 탕아에게 반갑게 인사 건네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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