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곤 실장은 바하밥집에서 인큐베이팅하는 ‘청년식당(가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밥집스탭 이야기의 첫 타자로 ‘청년식당(가칭)’을 준비하는 과정을 시리즈로 나눌 예정입니다.)
청년식당 1
김지곤 총괄기획실장
“고난과 아픔이 만연한 세상에서 신음하는 청년세대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아지트, 청년식당”
도시의 가난한 이웃을 돕는 바하밥집에서 9년여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이해하는 것, 자활과 자립을 앞세우기 전에 내면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 삶의 질과 밀접한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직업 교육을 시작으로 일자리까지 연결해야 하는 것, 이에 더해 정부 차원의 복지와 발맞춰 가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바하밥집의 토대인 공동체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 것인지 배웠습니다.
바하밥집은 나들목 교회 어린이집 주방 옆 작은 방에서 시작해 9년여가 흘러, 여러 후원자와 교회의 도움으로 교회 외부에 사무실과 식자재 창고를 마련했고, 자활 인문학을 공부하고 직업 훈련을 위한 터전인 ‘카페 브룩스’도 마련하며,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외부에도 꽤나 알려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역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노숙인의 당장의 상황과 필요에 집중해 일을 했습니다.
바하밥집과 더불어 저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부터, 어떤 현상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청년들이 무료 급식이 끝날 때쯤 허겁지겁 달려와 식사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 뒤로 청년들은 바하밥집의 공동체와 연결되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힘든 청년들이었습니다. 몸 뿐 아니라 마음도 치료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랑이 너무나 절실해 보였습니다.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바하밥집에서 사역을 시작할 당시의 마음가짐이 생각났습니다. 고민하던 와중에 바하밥집에 봉사하러 오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세상에서 정의하는 ‘성공’을 하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을 뜻하는 ‘루저’라고 생각해 괴로워하다가 그것이 깊어져 정신 질환으로 이어지는 청년들도 만났고, 뉴스 한 토막을 장식한 고시원에서 아사(餓死)한 취업준비생 이야기, 그리고 꿈보다 현실을 택할 수 밖에 없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 이야기를 보고 접하면서, ‘왜 그런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었고, 제가 살아온 가치관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 명예, 권력 등 세상에서 정의하는 성공, 즉 행복한 삶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면?”
그래서 고민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공에 대한 가치관이 바뀔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른 방법으로 사는 것을 격려하고 지지해줄 멘토를 연결해준다.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시켜줄 상담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든다.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청년들이 서로 섬기며 함께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이를 위해 제가 준비하고 있는 ‘청년식당’은 미국 시애틀의 ‘페어스타트(FareStart)’ 같은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 개인의 상처를 치료하고 성장을 지원하며,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팀으로 함께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꿈을 꿉니다.
(페어스타트 학생들 - *노숙인, 마약중독자, 전과자들이 대상이다)
(미국 시애틀, 페어스타트 레스토랑 내부 모습)
어찌보면 너무나 허황되고 실현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 한명이라도 ‘청년식당'을 통해 삶이 바뀐다면, 주변의 또 다른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한명, 한명이 바뀌어 나갈 전초 기지가 되는, 청년들의 아지트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