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알리는 듯
며칠 사이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밥집의 손님들이 미처 겨울 대비를 하기도 전에
뼈까지 시린 바람이 불어옵니다.
겨울잠바 준비를 못하신 분들이 분명 계실거라는 생각에
겨울대비용으로 1년 내내 여기저기서 기부받아서
비축해두었던 잠바를 가지고 배식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겨우겨우 옷을 구해다 바람을 막았지만
역시나 많은 분들은 날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이 추운 날씨에, 가을에나 어울릴법한 얇은 점퍼를 걸치고,
지퍼가 고장 나서 앞을 여밀 수도 없는 점퍼를 걸치고 계셨습니다.
옷핀으로 겨우 여민 점퍼는 바람을 전혀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춥디 추운 차림으로 한 끼 식사를 위해
찬 바람 속에서 기다리신 손님들.
그 한 끼의 무게를 차마 짐작하기 힘듭니다.
돌아가시려는 손님들을 급히 붙잡고
옷을 나눠드립니다.
어떤 옷이 잘 어울릴지
어떤 옷이 바람을 잘 막아주고
어떤 옷이 몸에 잘 맞을지 이것저것 찾아봅니다.
입고 계신 얇은 점퍼 위에
더 두껍게 겹쳐 입을 수 있는 큰 옷을 찾아드리기도 하고
옷 안에 입을 수 있게 몸에 딱 맞는 옷을 찾아드리기도 합니다.
우리 할아버지께는 점퍼 위에 걸칠 롱패딩을 챙겨드렸고,
지퍼가 고장나신 손님께서는
고장난 점퍼 안에 입을 패딩을 챙겨드렸습니다.
한겨울 엄동설한에 얇은 가을 복장을 한 채로
떨고 계시던 손님들께
뜨뜻한 패딩을 입혀드리고 나니
마음 속 깊은 곳이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이번 주의 배식은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만큼이나
반대로 따뜻했습니다.
밥집의 손님들은 겨울옷이 항상 부족합니다.
언뜻 두꺼워 보이는 옷을 입으신 손님들도
다 낡고 떨어진 옷들이라 보온성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이 엄동설한에, 오랫동안 야외에서 걸어다니고
차디찬 지하도에 누워 잠을 청해야 하는 만큼
몸의 보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입지 않는 겨울옷이 있으시다면
바하밥집으로 보내주세요.
장롱 속에서 잠든 점퍼들이 누군가에게는
얼어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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